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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선_당신 곁의 삶의 충만함을

2022-03-05 ~ 2022-03-27

ARTIST
황혜선 HWANG HAE SUN
CONTENTS
전시를 준비하며 케이에스갤러리와 황헤선 작가가 나눈 대담을 짧게 정리한 글입니다. 황혜선(H)/ 케이에스갤러리(KS)

KS_선생님의 작품은 대부분 일상화된 드로잉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소재는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H_드로잉은 작가의 길을 걸어온 저에게 일종의 수행과 같은 일로 자리잡았습니다. 매일 주변의 일상을 끊임없이 스케치합니다. 드로잉은 작가에게는 가장 직접적인 표현 매체라고 생각해요. 가장 순수하고 솔직한 표현 도구이죠. 제 드로잉에는 길을 가다 본 풍경, 그리고 기억 속의 한 순간, 인물들이 등장해요. 한 순간을 스쳐간 그 때는 미쳐 몰랐던 모습, 나와 누군가 그리고 당신의 모습입니다.
KS_작업 초기 개념적인 미술작업에서 정물 드로잉 조각, 그리고 근간의 인물 드로잉 조각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메세지도 변화해온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H_초기작품들에는 미술에 대한 실험성,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예술의 본질에 대한 물음들이죠. 이후 정물 작업들을 진행할 때는 작가로서 최대한 조용히 침묵 속에 존재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점차 사람을 그리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들, 추억과 시간의 흐름이 수면 위로 떠오르죠. 얼굴을 클로즈 업해서 그리던 시기부터 점차 사람과의 관계에서 휩쓸리지 않고 주변인들과 그를 바라보는 작가인 저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이 생겼습니다.
KS_그 시각의 변화 또한 매일 진행하는 드로잉 작업처럼 수행을 거친 단계적 변모로 보여집니다.
H_그렇죠. 제 자신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해온거죠. 어쩌면 작가의 길은 고독하고 외로운 면들이 있으니까요. 점차 50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을 객관화하는 힘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한발짝 뒤에서 지켜보는 힘이 생겼어요.
KS_이번 전시 작품들에서 개인적으로는 미움, 미련, 후회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인생의 충만함과 기억의 소중함, 위로와 따뜻함입니다. 아이와 엄마, 개와 산책하는 사람, 자매, 친구들의 모습, 컬러풀하고 풍만한 풍선이 특히 그러하죠. 한편으로 오브제 설치 신작에 등장하는 양동이와 고양이에는 특정한 상징코드가 숨어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컨텍스트가 궁금합니다.
H_작품을 예로 들어 이야기해보자면 2006년 포스코미술관 개인전에서도 양동이 오브제가 등장했었는데, 그것은 이번 전시의 양동이에 비해 한층 사실적이었죠. 그 당시의 양동이는 채울 수도 덜어낼 수도 없는 내면적 갈등을 표현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충만하게 채워진 무게감이 있는 양동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예전에는 불화를 그리면서 수행을 하려 했었는데, 어느 순간 작업행위 자체가 자신을 치유하는 수행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점차 자전적인 이야기가 컨텍스트로 스며들었다고 봅니다.
KS_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작가 중에 루이스 부르주아를 말씀하셨었는데, 미술가의 자전적인 스토리가 작품에 투영되는 점이 비슷합니다. 긴 시간 작업을 쉼없이 이끌어온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세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H_제 작업의 원동력은 자신에 대한 표현입니다. 그러기에 작업은 제게 과장해서 꾸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쩌면 글을 잘 썼다면 글을 썼을 지도 모르는 일인거죠. 작가로서 나이가 들고, 변하는데 똑같은 작업을 할 수 없어요. 그렇게 작품도 함께 변화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번 전시 설치작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어쩌면 그 시간의 메타포입니다. 순간을 포착하는 동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전시는 관객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메세지입니다. 이번 전시 타이틀의 마지막 빈칸은 관객들이 채워갔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곁의 삶의 충만함을… ‘느껴라’, ‘찾아봐라’, ’채워라’ ‘기도한다…’
KS_긴 시간 감사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며 채워가는 이 시간들이 훗날 더욱 충만하게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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